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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진시(辰時) 말 무렵.
“소어야.” 정기 회의를 끝낸 후, 소어는 저녁이 되어 다시 한번 맹주실을 찾았다.
“할머니.” 홍련사태의 긴밀한 호출을 받은 까닭이었다.
“잠시 앉겠니?” “넵!” 착석한 소어에게 손수 우려낸, 용정차를 따라주며 홍련사태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나는 명숙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단다.” “아하…” “한데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구나. 대부분 군사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했으나, 몇몇은 끝내 마교와 협력은 안 된다며 완강히 거부하더구나.” “후우……. 그랬군요.” 소어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흑, 백, 정, 사가 대체 뭐라고. 실리를 고려했을 때, 군사님의 말이 백번 지당한 것을.’ 소어가 강호의 관행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정파인들이 천마신교와 협력한다는 건, 여간 꺼림칙한 일이 아닐 오픈홀덤 터.

하지만.
‘백련교와 일 대 일로 전면전을 벌이면 가장 많이 죽어 나가는 게 후기지수들일 텐데. 명숙들은 왜 그 생각을 못 하는 걸까.’ 평소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삶의 지혜로 삼는 소어로선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소어가 느낀 흑, 백, 정, 사란 그야말로 진영의 구분일 뿐이었다.
실제, 자신의 의형들인 수로왕과 해적왕은 물론, 천마나 위지찬 등의 흑도인만 해도, 명문정파라 불리는 자들보다 모든 면에서 탁월했으니까.
‘그래도 왈가왈부하는 건, 주제 넘는 짓이지. 어디까지나 홍련 할머니의 권한이니까.’ 그런 단상을 떠올릴 때였다.
“하지만 소어야…….” 홍련사태가 재차 말을 이었다.
“나는 군사와 같은 생각이다. 아직 백련교의 힘이 측정되지 않은 이상, 전면전은 큰 희생을 담보하게 될 게야. 내 재직 기간에 그런 대혈겁이 일어나는 건, 막아야지.” “옳은 말씀이세요, 홍련 할머니. 아니, 맹주님!” “호호. 그냥 평소대로 세이프게임 할미라 부르거라. 이젠 그게 더 마음에 드는구나.” “하하, 그럼 그리하죠.” “해서 말인데, 소어야.” 홍련사태의 음성이 자못, 진중하게 변했다.
의문을 느낀 소어가 물었다.

“네?” “회의에서 했던 말. 정말 천마신교와의 협상을 네가 끌어낼 수 있겠느냐?”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맹측에서 천마신교로 외교관을 파견한다면 적어도 제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긴 할 거예요. 말씀드린 대로, 부 교주와 막역한 사이니까.” 홍련사태의 얼굴에 짙은 고소가 떠올랐다.
“호호호.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한 아이라니까. 비록 천애고아로 투신 어른의 수제자가 되었지만 가는 곳마다, 인맥을 만들고 다니니. 그것도 하늘의 복인 게다.” “하하핫.” “그럼 이렇게 하자꾸나.” “어떻게요?”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강경파들을 설득해보마. 이후, 합치를 이루어낸다면, 그때 널 천마신교에 파견해도 되겠니?” “맡겨만 주세요, 할머니.” “그래. 네가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 “에이! 또 얼굴에 금칠하시네.” “호호홋.” “강경파를 설득하는 동안 전, 본가에 가 있을게요. 제자 녀석을 받게 된 터라, 바쁘거든요.” “호오. 제자도 받았더냐?” “네. 그렇게 됐어요. 하하하.” “대단한 인재겠구나?” “사실 세이프파워볼 엄청난 둔재죠.” “한데 어찌 제자로 둔 게냐?” “열정. 그놈이 딱 보니까 열정 하나는 끝내주더라고요.” “열정이라……. 정말 투신 어른의 제자 아니랄까 봐. 그런 근성론을 설파하다니. 넌 정말 재밌는 녀석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미소를 머금은 채, 찻잔을 기울였다.


-천마신교.
“후우…….” 교내로 돌아온 위지찬은 이틀간,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한 채, 명상에 매달렸다.
그 명상은 특정인과의 가상대결이었는데, 특정인은 바로, 백련교의 금지 구역에서 보았던, 3인의 파계승이었다.
‘놈들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기지 못했을지도 몰라.’ 이와 같은 명상 수련을 배울 수 있었던 건, 어릴 적 분근착골, 안마도인술을 받기 위해 해마다 투신의 장원을 찾은 덕.
그리고 이 명상 수련의 효과에 대해선 위지찬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넘어서는 무인이 되어야 해!’ 마음의 눈에 파계승들의 무지막지한 권, 장, 퇴가 펼쳐진다.
천마군림보로 유영하며 활로를 모색하던 위지찬은 이기어검술로 가장 확실하고 치명적인 허점을 파고든다.
파아아아악현철도 두부처럼 일도양단하는 검강(劍?)이 파계승의 가슴을, 쇄애애애액!

팔을,
뎅겅!
목을 도륙하였다.
‘후…….’ 그제야 명상을 끝내고 눈을 파워볼사이트 떴다.
‘이제 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어.’ 지쳐있던 심신에 활력을 되찾은 위지찬은 그렇게 천마신교의 회의실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아직, 교내 원로들과 교주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마물을 도륙할 생각에 마음이 묘하게 고조된 채였다.


며칠 뒤, 요령현경을 이룬 소어가 자신의 경지를 가장 절실히 체감할 때는?
바로, 쾌경보를 펼칠 때였다.
물론, 실전을 통해서만 진정한 성취를 절감하겠지만, 대해(大海)처럼 마르지 않는 내력을 보유하게 됐으니, 물 쓰듯 내력을 펑펑 쏟아부으며 쾌경보를 시전한 탓이다.
‘역시 돈과 내공은 많을수록 좋다니까! 다다익선이지. 그렇고말고.’ 그렇게 신이 난 소어는 불과 며칠 만에 요령에 당도하는 기현상을 만들어냈다.
천마군림보는 물론, 언제나 강호의 제1 경신, 보법으로 손꼽히는 곤륜의 운룡팔대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쾌속함이었다.


<청아루> 소어는 모용세가보다 외려 <청아루>에 먼저 파워볼게임사이트 당도했다.
육정란이 그런 소어를 반색하며 맞이하였다.
“어머?! 이게 누구야? 강호의 영웅, 진 공자시네?” “웬 영웅이에요, 육 소저. 하하.” “호호홋! 당연히 영웅이죠. 이번에도 멋지게 한 건 했다면서요?” “네?” “중독된 무림맹의 주요 인사들을 위해 운남에서 해약을 구해왔다던데?” “정보력 무엇…” “깔깔. 설빙석 유통 문제로 2, 3일에 한 번은 대총관님을 만나거든요. 전해 들었어요.” “하하하, 그랬군요.” 모처럼 만난 두 사람이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그 순간.
“끽!” 소어의 행낭 안에서 요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 그러자 육정란이 의문 섞인 시선으로 소어를 응시했다.
“아! 육 소저. 제가 재밌는 거 보여드릴까?” “뭔데요?” “잠시.” 그러고는 소어가 행낭에서 무언갈 번쩍 꺼내 들었는데….
“끽끽끽!” 그것은 바로 만독곡에서 데리고 온, 대성성이(고릴라) 검둥이었다.

“이름이 검둥이라고, 중원에선 볼 수 없는 신비한 동물이에요. 들어는 보셨으려나? 일명, 대성성(大猩猩)이.” 그러자.
“꺄아아악!” 난데없이 육정란이 소릴 질렀다.
‘엥?!’ 하나 소어는 이내, 그 반응이 호감을 표시란 걸, 알아차렸다.
‘낄낄…. 귀여워서 쓰러지실 테지?’ 아니나 다를까, 파워볼실시간 육정란의 눈은 아주 예쁘고 잘생긴 옥동자라도 보듯 자애로움으로 반짝였던 것이다.
“한번 안아보실래요? 애교도 어찌나 많은지.” 소어가 권유하자, 육정란은 대답도 않은 채, 검둥이를 살포시 안아 들었다.
“어머! 요, 손발 좀 봐. 조그마한 게 진짜 귀엽네!!” 검둥이도 육정란의 호의를 간파했는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이리저리 재롱을 떨기 시작했다.
“끽끽!” “꺄르르! 아! 예뻐!” 그 모습은 마치 아기를 예뻐하는 엄마의 모습 같았다.
문득 소어는, ‘음… 내가 육 소저 중매나 한번 서볼까? 크크큭.’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소어가 모용가보다 청아루를 먼저 찾은 건, 남 대인 집에서 구출한 두 아이의 안부를 알고 싶어서였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밝은 모습으로 소어를 맞았다.
“꼬꼬마들. 어때? 지낼만해?” “공자!” “진 공자!” 아이들의 면면에 화사한 봄꽃이 피어올랐다.
어느새, 꼬질꼬질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깔끔한 의복에 보드라운 피부 결이 영락없는 부잣집 아들, 딸 같은 모습.
“공자라니! 전엔 오빠, 형이라고 불렀잖아?” “정란 누나가 공자라고 부르랬어요!” “정란 언니가 공자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려주던걸요?” 그제야 소어는 상황을 짐작하고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고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육정란을 흘겼다.
‘정란 언니, 정란 누나라니! 참나! 하하하.’ 30대 중반의 육정란이 아이들에게 언니, 누나로 불리는 게 우습긴 했지만, 워낙 동안인 데다 미모가 출중한 그녀였기에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때문에 소어는 속으로 피식거리며 별다른 언급 없이 아이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너희 어떻게 지내고 있어?” “정란 언니가 학당에 보내주셔서 글공부를 하고 있어요!” “주판도 가르쳐 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세요!” 아이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만해. 육 소저가 오죽 알아서 잘해주실까?’ 소어는 새삼, 육정란에게 고마웠다.
자신의 서찰 한 장에 생면부지 아이들을 거두어,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게 어디 보통 일이겠는가.
물론, 친자식처럼 살필 순 없겠지만, 육정란은 지혜롭고 여린 사람이니 아이들이 장성할 수 있게,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을 터였다.

“육 소저. 꼬마들한테 주판도 가르치시는 거예요?” “호호. 나중에 아이들인 크고 나면, 행정 업무를 맡겨보려고요. 어찌나 똘똘한지, 글 선생도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여윽시! 우리 육 소저! 난 또, 허드렛일꾼으로 아이들을 쓰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호호호. 날 너무 나쁜 사람으로 보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요?”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그리고 진 소협! 허드렛일하는 사람이 뭐 어때서 그래요. 제 밑에서 허드렛일하는 일꾼들은 산서나 안휘의 웬만한 총관들보다 근로 조건이 좋다구요. 월봉 밀리는 일 없지, 임금 두둑하게 챙기지. 주간에 하루 이틀은 무조건 휴무 보장해주지. 이 정도면 허드렛일도 괜찮죠!” “앗… 지당하신 말씀. 하하하.” 육정란의 입심은 대단했다.
소어도 심계나 입심으로는 어디서도 밀리지 않지만, 그녀를 당해낼 순 없었는지, 실책을 깨닫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꼬마들!” “네!” “네, 공자님!” 소어가 무릎을 굽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시선을 갖다 대었다.
“육 언니, 누나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야 된다? 알겠지?” “네!” “알겠어요!” “그리고 뭐 먹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거.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언제든지 말하고.” “넵!” “헤헷!” “끝으로…!” “…….” “…….” “만약 살면서 누가 너희를 괴롭힌다면. 나한테 말해. 아주 그냥 피똥을 싸게 만들어줄 테니까.” “피또오옹?!” “그게 뭐예요, 공자?!” “음… 아니야. 마지막은 못 들은 걸로. 하하핫.” ***

“끄으응…….” ‘저러다가 경을 치는 건 아닌지…’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정말 살벌하구먼. 대체 저 아이는 뭘 먹고 자랐길래 의지가 저리도 철혈 같은지!’ 새벽녘에 기상해 정오까지 산을 내달리던 소어의 제자 이백.
그도 모자라 해가 중천에 뜬 순간부터, 어두워질 깨까지 이백은 연신 육합권과 삼재검법의 형세를 다듬고 있었다.
더욱이 놀라운 건, 그가 단 하루도 이런 고련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 달리는 말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종국엔 쓰러지는 법이거늘.
세가의 중진들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때.
“다녀왔습니다!” 본관 정문 너머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세가의 모든 인영이 다급하게 달려 나가 문을 열어젖히며.
“소어야!” “왔구나!” “허허허! 녀석. 소식은 들었다!” 대제자 소어를 반겨주었다.

“하하하! 네네. 그간 별래무양하셨죠?” 그렇게 소어와 중인들이 인사를 나누던 찰나.
이백도 슬그머니 다가와 땀을 닦으며 공손히 포권했다.
“사부님. 다녀오셨습니까?” ‘오…!’ 소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백의 면면에 담긴 결의도 놀라웠지만, 삐쩍 말라 부러질 것 같던 몸에 제법 근육이 붙어 있었던 까닭.
“오오! 우리 제자. 이제 좀 사람답네.” “네?” “몸이 탄탄해진 거 같은데?” “아하… 네, 사부님.” “잘됐군. 이제 죽진 않겠어.” “네?” 이백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대체 소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본래 네 몸으로는 기초를 다지다 죽을 수도 있어서 맛보기만 가르쳐 줬거든. 한데, 딱 봐도 튼실해진 게… 이야! 너, 아무래도.” “…….” “이제 지옥 훈련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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