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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두 눈이 마음에 든다
섭정왕은 말을 타고 서왕부로 돌아왔다.
왕부로 돌아온 섭정왕은 말에서 내린 후 호위무사에게 고삐를 넘겨주었다. 그는 곧장 전정 서재로 갔다.
위 공공은 섭정왕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서재로 달려갔다.
그는 시녀에게 올해 생산된 몽정차(蒙頂茶)를 끓이라고 명했다.
명령을 내리고 서재로 들어선 위 공공은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섭정왕의 탁자에는 공문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조각칼로 깎은 듯한 준수한 얼굴은 몹시 침울해 보였다.
위 공공은 때가 좋지 않다고 여겼지만 이미 발을 서재에 들여 놓았으니 섭정왕이 그의 기척을 알아차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어쩔 수 없지.’

위 공공은 소리를 죽인 채 주인 곁으로 다가간 다음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전하, 남방에서 진상한 몽정차이옵니다. 맛을 좀 보시지요.” 연나라는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했다. 연나라에 조공을 바치며 충성하는 소국도 부지기수였다. 따라서 매년 각지에 올라오는 진상품도 많았다.
진상품은 원래 곧바로 황궁으로 향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연나라는 현재 서왕 진윤이 실권을 쥐고 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상품은 서왕부로 올라왔다.
황제는 올해 열일곱 살이었지만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오픈홀덤 그는 황숙(皇叔)인 진윤이 남긴 진상품을 건네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실권이 없는 황제의 비애였다.
존귀한 섭정왕은 차를 맛볼 기분이 아니었다. 수려한 눈에서는 마음을 읽어 낼 수 없었다.
섭정왕은 가느다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취풍주루에서 보았던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떠올렸다.
서왕 진윤은 갑자기 옆에 있는 위 공공을 훑어보았다.

“위전명(魏全明), 마음이 아주 심란하구나. 어찌하면 좋겠느냐? 세이프게임” 당황한 위 공공은 입을 씰룩거렸다.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괜한 꼬투리를 잡아 나를 곤혹스럽게 할 셈인가?’ 이유를 알 수 없어 불안했지만 주인이 물었으니 대답을 해야 했다. 지금 상전으로 모시는 진윤은 선대 황제처럼 인자하지 않았다.
위 공공은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섭정왕에게 물었다.
“전하, 무슨 일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으신지 여쭈어 봐도 되겠사옵니까?” 섭정왕은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손가락을 펼치며 말했다.
“마음에 드는 눈이 생겼다.”
위 공공은 몸을 떨었다.
‘눈이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천하는 전하의 것이옵니다. 전하가 원하시면 그 눈을 가져오면 세이프파워볼 될 것이 아니옵니까? 그 눈을 가진 사람도 전하가 부르신다면 기꺼이 달려올 것입니다.” 순간 진윤은 답답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주인의 기분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위 공공은 섭정왕의 기분이 한결 풀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섭정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연나라의 실권을 쥔 섭정왕이니 천하가 모두 그의 것이었다. 더구나 그 눈의 소유자는 한낱 시골 아낙네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그 여인을 불러와 곁에 두면 그만이었다. 곁에 두고 시중을 들게 하면 섭정왕은 매일 그 눈을 볼 수 있을 터였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겨우 마음에 드는 파워볼사이트 눈을 찾았으니 섭정왕으로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기회였다.
섭정왕이 큰 상을 내린다면 그 시골 아낙네도 시중을 드는 걸 감히 거부하지는 못하리라.
‘그래, 바로 그거야!’
간단한 해법을 생각해 낸 섭정왕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섭정왕이 위 공공에게 손짓했다.
“진천화(秦天華)를 불러오라.”
진천화는 섭정왕이 신임하는 장수였다.
섭정왕의 명령을 받은 위 공공은 급히 서재를 나갔다.
위기를 무사히 넘긴 위 공공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눈이란 사람 몸에 붙어 있는 기관이었다. 섭정왕이 난데없이 파워볼게임사이트 마음에 드는 눈이 생겼다고 하니 위 공공으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그 눈을 달고 있는 이가 남자일까, 여자일까?’ 섭정왕은 스무 살이 넘도록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곁에서 시중을 드는 위 공공이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섭정왕은 곁에서 시중드는 시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약관을 넘겼는데도 왕비를 간택하지 않았다.
벌써 스물다섯 살이 되었는데도 첩 하나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백성들 사이에서는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아랫도리에 양물이 없다느니, 발기부전이라느니 하는 파워볼실시간 것들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마음에 드는 눈이 있다고 하니 위 공공은 고목에도 꽃이 피려나 하고 생각했다.
위 공공은 두 손을 합장한 다음 하늘에 대고 두 번 절했다.
‘아이고, 천지신명님, 제발 전하께서 마음에 들어 하는 눈이 여인의 몸에 붙어 있게 해 주십시오!’ 섭정왕이 후손을 보려면 그 눈의 소유자가 절대 남자여서는 아니 되었다.
때마침 진천화는 볼일이 있어 섭정왕한테 오고 있었다. 서재 앞에 도착하니 늙은 내시가 천지신명께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진천화는 위 공공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위 공공, 지금 무엇을 하고 있소? 부처님께 예불이라도 드리는 게요?” 위 공공은 갑자기 나타난 진천화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후 욕지거리를 해 댔다.
“젠장, 놀라 죽을 뻔했잖소!”

진천화는 혐오스럽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위 공공, 전하는 안에 계시오?” 위 공공은 정색하며 말했다.
“진 대인, 마침 잘 왔소. 전하에게 찾으시니 어서 들어가 보시오.” 무장 진천화는 대범한 성격이었지만 머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위 공공이 평소와 달리 거만하게 나오지 않자 진천화는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크흠, 위 총관(*總管: 태감들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직함). 전하께서 무슨 일로 나를 찾으시는 게요? 귀띔이라도 좀 해 주시오.” 위 공공은 진천화에게 눈을 희번덕거렸다.
“진 대인이 직접 가서 여쭈어보시오. 나는 볼일이 있어 먼저 가 보겠소.” 진천화는 잔걸음으로 자리를 뜨는 위 공공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해 댔다.
“늙은 내시 놈!”
섭정왕이 찾고 있었던지라 진천화는 지체하지 않고 서재로 들어갔다.

잠시 후 서재에서 나온 진천화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섭정왕이 그 같은 임무를 부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섭정왕은 사람을 찾아오라고 했다. 그것도 잠깐 스쳐 지나간 여자를…….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아오라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임무였다!
진천화는 울상을 지으며 부하를 데리고 터벅터벅 대문으로 걸어갔다. 그는 서왕부의 조벽 뒤에서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진축과 마주쳤다.
진천화는 몇 가지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진축은 체면을 세워 주지 않고 그를 본체만체하며 지나쳐 갔다.
‘흥,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
화가 치민 진천화는 발을 쾅쾅 굴러가며 자리를 떴다.
섭정왕은 비밀리에 자객단을 키우고 있었다. 자객단의 우두머리 진축은 섭정왕 진윤을 위해 더러운 일들을 수없이 해 온 인물이었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이제껏 그는 실패라는 걸 몰랐다. 섭정왕의 자객으로 그가 한 번 칼을 뽑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목숨을 잃었다.
오랜 세월 동안 진축은 임무에 실패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그날은 금방 찾아왔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서재 앞에서 젊은 태감이 진축이 왔다고 보고하자 섭정왕이 손짓했다. 잠시 후, 진축은 서재로 들어갔다.
표정이 어두운 부하를 보고 섭정왕은 눈살을 찌푸렸다.
“실패했느냐?”
진축은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꿇은 다음 주먹을 감싸 쥐었다.
“전하,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크게 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한심한 놈!’
섭정왕은 인상을 구기며 벌을 청하는 부하를 힐끗 쳐다보았다.
진축은 충성심이 강한 부하였다. 섭정왕은 영흥후부의 세자에게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뛰어난 자객인 진축이 보잘것없는 녀석 하나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벌을 청하기 전에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부터 말하라.” “네, 전하.”
진축은 면목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전후사정을 상세히 보고했다.
진축의 보고를 듣고 섭정왕은 무척 괴상하다고 여겼다.
그전까지 진축은 표적을 단숨에 제거했다. 심균당의 경우처럼 연거푸 실패한 적은 거의 없었다.
섭정왕은 영흥후부의 세자가 운이 억세게 좋을 뿐 아니라 신의 가호까지 받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진축이 거듭 실패할 리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미신을 신봉했다. 연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섭정왕도 예외일 수 없었다.
암살에 연이어 실패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아 염라대왕이 목숨을 거두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섭정왕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는 한참 후에야 입을 뗐다.
“됐다. 하늘이 그 녀석의 목숨을 거두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약관도 되지 않은 애송이가 아니더냐. 어린 세자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일단 얼마나 날뛰는지 두고 보자!” 진축은 섭정왕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는데도 책임을 묻지 않자 안도는 되었지만 조금 꺼림칙했다.
“전하, 하지만…….”
“내가 됐다고 하면 된 것이다. 넌 암부(*暗部: 비밀조직의 본부)로 돌아가 하던 일이나 하라!” “네, 전하. 명을 받들겠습니다.” 진축은 대답한 후 서재를 나갔다.

섭정왕은 지금 무심코 내린 결정이 나중에 큰 파란을 일으킬 거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진축이 서재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부하가 그를 맞았다.
“통령, 전하께서 무슨 지시를 내리셨습니까? 그 포목점을 다시 살펴볼까요?” 진축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뒷수습을 마무리하고 손 떼.” ‘무슨 조사를 더 한다는 거야. 전하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으니 조사해 봤자 신경도 쓰지 않을 텐데, 쓸데없이 왜 힘을 낭비해…….’ 그는 내심 달갑지 않았지만 통령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어 예를 올린 후 동료들과 함께 사라졌다.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 알 리가 없는 심균당은 한참 동안 휴식을 취한 뒤 노부인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기 위해 복수당으로 갔다. 노부인은 그제야 낮에 손자가 암살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크게 놀란 노부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자가 목숨을 잃는다는 건 영흥후부한테는 크나큰 재앙이었다.
노부인은 심균당의 손을 잡아끌며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노부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당아,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심균당도 연로한 노부인이 몹시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급히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 조금 놀랐을 뿐 다친 곳은 없어요. 다만 장수가 많이 다쳤어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진국부인의 사병들이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노부인은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국부인한테 큰 신세를 졌구나. 아당아, 할미와 함께 감사인사를 드리러 가자꾸나.” 심균당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진국부인의 사병들이 심균당의 암살을 막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진국대장군과 원로 영흥후의 관계를 감안했을 때 노부인은 연경성에 돌아온 진국부인에게 예의상 인사를 하러 가야만 했다.
“네, 할머니. 내일 편지를 보낼게요.” 저녁때가 되자 심균당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잠깐 살펴본 후 소풍거로 돌아왔다.
도망치겠다는 생각을 단념해서인지 심균당은 영흥후부에 왠지 모를 소속감을 느꼈다.
복수당 화청 앞에 이르자 안에서 은방울 같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균당이 어리둥절해하자 입구에 서 있던 시녀가 말했다.

“안에 아씨들께서 계세요. 조금 전에 오셨답니다.” 원래 몸 주인의 자매들이었다.
이 몸을 차지한 이후로 심균당은 제실에서 자매들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균당은 기억을 더듬어 최대한 예전과 같은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한 어머니한테서 태어난 자매들을 처음 본다는 생각에 심균당은 내심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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