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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백련교-
감숙, 교당.
“형님……!” 좌천마도 고응은 푸르뎅뎅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소리 질렀다.
평소 침착한 그의 성정을 감안한다면 놀라도 보통 놀란 게 아닌 듯했는데….
“자네…. 당최 무슨 일인가?” 한동안 감숙 교당에서 고응과 함께 머물던 노영명은 답지 않은 의제의 모습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그러자.
“큰일이외다, 형님!” “글쎄… 무슨 일이냐니까.” “그게…….” 고응이 고심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노영명에게 말했다.
“그럴 수가!” 그제야 노영명은 왜 목석같은 의제, 고응이 호들갑을 떨어댄 것인지, 이해했다.

“정말 무림맹이 그런 강수를 둔 것인가…….” “무림맹의 고위급 간부로 위장하여 첩보 활동을 벌이던 권효가 진소어에게 당하는 바람에, 고급 정보는 얻지 못하는 실정이오. 하나, 아닌 뗀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는 법. 무림맹이 천마신교에 손을 내미는 사건이 헛소문일 리는 없소.” “허……! 황당한 일이로다!!” 거듭 놀라던 노영명은 곱씹을수록 어이가 없었는지, 한숨을 내뱉기에 이르렀다. 파워볼사이트
그만큼 무림맹이 천마신교에 조력을 요청한다는 건, 오랜 역사 동안 굳게 다져진 강호의 규칙을 완전히 깨부수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천마신교 측은 어찌 나왔다 하던가?” “현재, 천마신교와 무림맹에 심어둔 본교의 첩자라 해봤자, 말단에 지나지 않소. 해서, 상세한 정보는 알 수 없소. 하나, 양자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은 기정사실이라 봐야 할 거요.” “그럼 큰일이 아닌가? 아직 봉인된 마물들이 전력을 찾지 못하였네. 물론, 이 전력만으로도 무림맹이나 천마신교를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 두 집단이 힘을 합치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진소어. 그놈이 개입되어 있소. 이번 천마신교와의 협상에서도 그놈이 활약했다 하더이다.” 고응의 말을 듣는 순간, 노영명의 두 눈에 핏발이 솟아올랐다.

콰직-
동시에 그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파워볼게임 이를 부득부득 갈았는데, 이젠 소어의 이름만 들어도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그놈을 진작 죽였어야 했다…. 놈이 열다섯 살 때. 요령에서 만났을 그때. 나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놈을 죽였어야 해…….” 후회막심이었다.
당시, 노영명은 소어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홍인걸, 홍련사태, 모용백의 협공에 가로막혀 소어를 죽이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 소어에게 한쪽 눈을 잃는 치욕까지 당했으니 그날은 노영명의 인생에서 두고두고 있지 못할, 비참한 날로 각인되었다.
“아우…. 어찌하면 좋겠나? 지금 당장 무림맹, 천마신교의 연합 세력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최악의 경우, 본교는 모든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네. 듣자 하니, 요즘 교주의 광기가 나날이 심해진다더군. 혈신화를 완성하면 또 모를까, 아직 요원한 상태에서 과연 그들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물론,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백련교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노영명은 선봉에 서서, 백도의 위선자들을 도륙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금제된 힘을 온전히 찾지 못한 마물과, 최근 광인이 되어 날뛰는 교주의 상태를 감안한다면, 다소 힘든 싸움이 될 거란 게 노영명의 생각이었다.
그때.
“노형. 어차피 이 싸움은 피할 방법이 없소.” “아우….” “더구나, 진소어의 농간으로 관이 본교를 주시하고 있는 실정 아니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난관을 외려, 기회로 승화시켜야 하오.” “기회로?” “그렇소.” “묘책이 있는 겐가?” “병법에서 이르길,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그 싸움은 반드시 선공으로 시작하라 했소.” “하면……?” “우리가 먼저 칩시다.” “아우!”
“그렇다고 전면에서 승부를 벌이자는 건 아니오. 비단 저들이 규합하는 데까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터…. 본교는 그들의 규합을 막아가며 야금야금 백도와 천마신교를 지워나가는 점진적 방향을 모색하는 거요.” 콰득-
그렇게 말하는 좌천마도 고응은, 양손 주먹을 꽉 말아쥐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웬만해선 보기 힘든, 그의 노기를 보며 노영명 또한, 짙은 살의(殺意)를 피워올렸다.


“하하…. 소어야. 네가 엄격한 스승님을 만나 호되게 고생을 했구나!” 진원탁은 소어에게서 투신, 모용천의 눈에 들어 수제자가 된 일. 더불어, 하루 두 시진이 넘도록 생나무에 매질을 당하며 무려 6년 동안, 단 하루도 엔트리파워볼 쉬지 않고 극한의 무공 수련에 매진했던 일.
그리고 그 외에 대악산, 삼륜봉 장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황당했다.
핏덩이 같은 어린 동생을 하루 두 시진씩이나 생나무로 두들겨 팼다는 모용천의 괴랄한 수련 방식에 의문이 들었으니.
하나 말이 이어질수록 진원탁은 모용천이 진정으로 소어를 아꼈으며, 소어에게 모든 것을 전수해주었단 사실을 깨닫게 되어 작고한 투신에게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꼈다.
“하하. 형님. 물론, 고생스럽긴 했지만, 그 시절의 저는 행복했어요. 삼륜봉 장원은 제게 무릉도원이었고, 할아버지는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내뱉는 소어의 음성에 짙은 아련함과 그리움이 서렸다.
진원탁은 말하지 않아도 그런 소어의 심정을 깊게 공감하였다.

“소어야…. 널 돌봐주신 투신 대협께서는 비록 작고하셨지만, 네겐 형이 생기지 않았느냐. 결코, 외롭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제 다시는, 네 손을 놓지 않을 거다.” 진원탁이 소어의 어깨를 다독이며 입을 열었다.
소어의 공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싶은 까닭이었다.
하나, 그는 이내 민망해졌다.
“형님.”
“응?”
“저 전혀 안 외로운데요?” “어… 어?” “제가 왜 외로워요? 약관을 넘긴 성인이고. 그 어떤 용담호혈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무공을 익혔고. 모용세가라는 식구들도 생겼고. 요즘은 사업도 얼마나 번창하고 있는데요? 하하하. 저 안 외롭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비록 돌아가셨지만, 제 가슴 속에 영원히 계십니다.” 진원탁은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EOS파워볼
천운으로 간신히 찾은 하나뿐인 내 동생.
앞으로 평생 보듬어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거늘….
지금의 소어에겐 모용세가라는 완벽한 울타리와 자애로운 가족이 있었기에 어쩌면 소어의 인생에 자신이 끼어들 틈 따윈, 없을지도 모른단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래.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까워지면 될 거야.’ 진원탁은 금세, 자신의 경솔한 생각을 책망했다.
인간과 인간이 가까워지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과 안전거리가 필요한 법.
두 사람 간의 잃어버린 십수 년을 일조일석(一朝一夕)에 되찾으려 한다면, 외려 역효과가 생길 터였다.
그런 인간 군상과 세상에 통달한 진원탁이었기에, 그는 조금씩, 조금씩.
한 걸음씩 동생에게 좋은 형이 되어주겠노라 다짐하였다.
“소어야….” “네, 형님.” “이번 일을 마무리 짓는 대로, 북경에 한 번 들르지 않겠느냐?” “북경엔 왜요?” “너를 보면 무척이나 좋아할 사람들이 있거든.” “???”
“내 처와 딸내미가 아마 너를 보면 좋아서 팔짝 뛸 거다.” 일순, 소어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뜨였다.
“형님! 언제 혼인을 하시고, 자녀를 두셨습니까?” “하하. 녀석도 참. 내 나이가 서른이 넘었다. 여태껏 장가도 안 들었으려고?” “하하하.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나저나 형수님과 조카가 생기다니! 보고 싶어 미치겠습니다.” “그럼 백련교를 토벌하고 나서 꼭 내 집에. 아니, 우리 집에 오거라.” “그럴게요. 형수님과 조카에게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선물을 사 들고 갈 겁니다. 하하하!”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내걸었다.
그러던 와중.

문득, 궁금증이 일어난 진원탁이 물었다.
“한데 소어야. 너도 이제 곧 있으면 스물셋이 되지?” “그렇죠.” “……그럼 혼인은?” 그렇다.
진원탁은 형 아니랄까 봐, 대뜸 소어의 혼사에 관한 부분이 궁금했던 것이다.
“아하! 형님.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할 일도 많고요.” “중원의 여인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 같은데? 얼굴 잘생겼지, 무공 강하지, 배경 든든하지. 게다가, 요즘은 돈도 잘 번다고 하지 않았느냐? 솔직히 말해 봐라.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이 있지 않으냐?”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이라….
생각해 보면 확실히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무림인이라도 소어 나이의 멀쩡한(?) 남자라면 여인에 대한 생각을 품기 마련.
한데 소어는 지금껏, 여인에겐 눈길 한 번 준 적 없었으니 남이 보면 혹시 고자(?)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여인이라…….’ 소어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선뜻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때문에, 머릿속으로 자신의 측근들을 하나둘씩 떠올려 봤는데….

‘묘선이는 내 친남매 같은 죽마고우고… 사매? 어휴. 사매는 여인이 아니라 말썽쟁이 동생이지. 음… 화린이도 여인은 아니야. 귀엽긴 하지만, 화린이도 나한텐 친구지, 친구.’ 그러다.
‘소영이?! 낄낄…. 내가 소영이를 여인으로 로투스바카라 여긴다면, 왕방태 궁주님은 펄쩍 뛰고 좋아하시겠네. 하하!’ 만년빙백정을 구하기 위해 동고동락했던 왕소영과 첫 만남부터, 대뜸 사위가 되라며 고함 지르던 북해빙궁주 왕방태가 떠올랐다.
그러자 왠지 모를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하! 녀석. 역시 있는가 보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이?” “아이참! 형님. 아니라니까요. 하하하.”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왕소영 역시 소어에겐 그저 편한 친구에 불과했다.
아직 소어는 장가를 들어, 일가를 꾸리는 일보다, 강호에서 구르고, 돈 버는 일이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이튿날….
포청천과 진원탁은 황제를 알현하여 한 태감을 비롯한 탐관오리들을 숙청하기 위해 일찍 모용세가를 나서려 했다.
그들은 전날, 모용가 사람들과 과음을 했다.
소어, 모용백 등은 원래 술을 즐긴다지만, 관료인 포청천과 진원탁은 여간해선 과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형제의 상봉과 백련교란 거악을 토벌함에 있어 무림과 관의 협력이 성사되는 귀중한 순간이었기에, 모두가 기꺼운 마음으로 술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가주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소어. 잘 부탁드립니다.” 진원탁은 이례적으로 모용백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금의위장이란 신분을 고려했을 때, 일개 무가(武家)의 가주에게 허리를 숙인다는 것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를 갖춘 것이었다.

물론, 예의로는 천하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모용백 역시, 그를 향해 묵례하며 포권을 올렸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진 금의위장. 부끄러운 말이지만, 소어는 우리 집안의 대들보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잘 봐주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모용가의 대제자지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엥?’
한데, 대사가 좀 희한하다.
모용백은 ‘우리 집안의 대들보’라는 대목과 ‘모용가의 대제자’란 대목을 매우 힘주어 말했는데, 그 의중을 모르지 않았기에 소어는 민망했는지 얼굴이 붉혔다.
하지만.

“하하하. 가주님이야말로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아무리 소어가 모용가의 ‘대제자’라지만 엄연히 ‘외부제자’가 아닙니까? 모용성씨가 아닌바, 어찌 혈족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소어의 ‘친형’으로서 응당, 가주께 부탁을 드리는 게 이치에 맞지요.” 진원탁은 한술 더 뜨고 있었다.
한 마디로 소어가 내 핏줄이지, 니 핏줄이냐? 하는 말을 거창하고 공손하게 변환하여 말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적어도 모용백에겐 그렇게 들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림도 없다, 이것아.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 가지고 소어를 뺏으려 들어?’ ‘혈육지간은 천륜이다, 천륜! 아무렴 내가 소어랑 더 가깝지!!’ 보이지 않는 ‘소어 소유권’에 관한 침묵의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래? 첩첩산중이다, 첩첩산중이야.’ 두고두고 피곤할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소어가 고갤 설레설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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