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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일순, 뜨끔한 소어다.
‘하마터면 또 말실수할 뻔했네.’ 그러잖아도 일전에 소림에서 공승대사가 다가온 줄 모르고 뒷담화를 하다가 딱, 걸리지 않았던가.
‘그나저나 어쩐 일이지?’ 또한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소림은 백도무림의 태산이지만 최근 몇 년간 두문불출하였다.
특히 백무학관에 소림이, 그것도 본산 최고수이자 강호에서 가장 배분이 높은 공승대사가 직접 발걸음 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허……! 오셨습니까?” 관주, 남궁원이 반색하며 공손하게 그들을 맞이하고 나섰다.
“아미타불. 관주의 신색이 이전보다 더욱 좋아진 것으로 보아, 그간의 공부에 큰 성과가 있었나 보오.” “과찬이십니다, 공승대사님.” ‘콧대 높은 남궁 관주도 공승대사 앞에선 저리되는군.’ 정말로 그랬다.

평소 남궁원은 누군가에게 결코 굽히는 일이 없었거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대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학관의 관주이며 백도 십대 고수의 일좌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그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나 공승대사 앞에선 아랫사람처럼 허릴 숙이며 연신 겸손한 모습을 보였으니 모든 이가 소어와 같은 생각을 할 터였다.
그때. 파워볼사이트
소림의 대열에서 누군가 날카로운 눈으로 소어를 일별하였다.
소어도 그 안광을 느꼈는지 지그시 시선을 맞대었다.
‘광원대사…….’ 바로 소림이 숨겨두었던 최강의 젊은 고수.
광원이었다.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이제 슬슬 입지를 다지겠단 거겠지?’ 소어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광원은 그 여유만만한 소어의 표정을 보며 무슨 생각을 떠올렸을까.

모르긴 하지만 광원의 눈에 실린 뜨거운 무언가는 파워볼게임 분명, 강한 호승심과 맞수를 향한 투지였으리라….


잠시 후…….
“먼 길 와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금일 백무학관에는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존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특히, 개방 용두방주 홍인걸과, 검후 홍련사태를 포함한 구대문파의 명숙들까지 자리했으니 강호의 후배들은 연신 눈을 두리번거리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행사장에 도착한 무림맹주 하원상의 인사와 함께 손님들이 단상 앞에 착석하였다.
그러고는 이어지는 ‘생도 졸업식’과 ‘신입 간부 임명식’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림맹을 비롯한 백도의 동도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설립된 ‘백무학관’의 첫 기수가 드디어 졸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학관의 교육과 행정을 주관하는 관주로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간 자신의 문파를 등지고 이곳에서 고생을 아끼지 않은 생도 여러분께 축하의 인사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단상으로 올라가 중인들을 아우르며 입을 연, 남궁원의 한 마디를 시작으로 졸업식이 거행되었다.
“와아아아!!!” “드디어 졸업이다!” “어휴, 정말 지긋지긋했지!” 생도들의 함성이 학관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덩달아 소어의 가슴도 두방망이질 쳤다.
비록 얼떨결에 맡은 ‘수석 교관’이지만 그간 소어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또한, 이제는 어딜 가도 ‘고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인단’ 생도들을 보며 실로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와중, 남궁원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첫 기수들의 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바, 본 학관은 내년에도 차질 없이 차기 기수들을 받을 예정이고, 학관을 통해 훌륭한 백도의 무림맹원. 더불어, 훌륭한 간부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중략)” “흐암…”
“슬슬 지루하네.” “원론적인 이야기니까. 그럴 수밖에.” 역시는 역시다.
언제나 윗사람의 훈화 말씀은 아랫사람을 피로하게 하는 것이다.
하나 그 고루한 시간도 훌쩍 지나가고…….
남궁원이 입을 다문 뒤, 단상에서 내려오자 이번에는 무림맹주 하원상이 뒤를 이어, 단상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하원상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생도들에게 지루함 대신, 기분 좋은 흥분으로 다가왔다.
“다시 한번 생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제, 무림맹의 신입 간부 임명을 진행하겠소.” “…….”
꿀꺽.
생도들이 마른 침을 삼키며 들뜬 눈으로 하원상을 바라보았다.
“학관 첫 기수의 최우수 생도는 ‘인단’의 ‘남궁문’ 생도로 선출되었소. 남궁문 엔트리파워볼 생도는 관주, 남궁원 대협의 장자로서 향후 대 남궁세가를 이끄는 무림의 예비 존주이며 백도의 ‘천년 기재’라는 이명에 걸맞은 무공의 성취와 탁월한 임무 수행 능력을 검증한바, 교관 전원의 만장일치로 수석 생도가 되었소. 해서, 명일부터 남궁문 생도는 무림맹 맹원 1000명 이상을 지휘할 수 있는 천인대장급 간부로 임명되며, 근무 부서와 직책은 추후 확정해 재공표 하겠소이다. 남궁문 생도, 앞으로!” “와아아아아아!!!” “남궁 형. 축하해.” “이야! 천인대장급이라니. 진짜 대단하다. 구대문파의 일대제자들보다 더 높은 자리잖아?” “애당초 천년기재 소리 듣던 남궁 형이니까. 킥킥.” 인단 생도들이 남궁문을 향해 격려를 쏟아내자, 남궁문은 짐짓 쑥스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잰걸음으로 단상에 올라갔다.

“남궁문 생도. 아니, 이제 남궁 소협이라 부르는 게 맞겠군. 진심으로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맹주님!” 남궁문이 덜컹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단상 아래 생도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 사람.
소어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러자 소어가 남궁문을 향해 한쪽 눈을 깜빡이며 코를 찡긋해 보였다.
‘하하. 소어 녀석.’ 처음 소어를 봤을 때부터, 결투를 벌이기 전까지 그에게 느꼈던 질투와 치기, 열등감 따위는 어느새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저 멀리 날아간 채였다.
남궁문도 소어를 향해 생긋 미소지었다.


“차석. 당문세가의 당일기 생도. 백인대장 임명.” “감사합니다, 맹주님.” “감축하네.”
“차석. 아미파의 묘선 생도. 백인대장 임명.” “감사합니다, 맹주님.” “감축하네. 검후께서 매우 기뻐하실 걸세.” “제3석. 한백 생도. 30인대장 임명.” “가… 감사합니다! 맹주님! 충성!” “껄껄! 재밌는 친구로군. 열심히 하게나.” “물론입니다요!” .
하원상의 임명이 계속 이어졌다.
수석부터 상위권 전반에 인단 생도들의 이름이 적잖이 호명되자, 인단은 EOS파워볼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특히, 모용화와 모용수 또한 당당히 제8석과 9석의 성적을 거두어, 십인대장으로 임명되었으니 모용백과 연소소는 만면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껄껄! 소어야. 정말 대단해. 네가 맡은 인단이 천단보다도 우수 졸업자 명단에 더 많은 이름을 올렸구나. 나 역시 기쁘기 한량없다!” 귀빈석에 착석해 있던 모용백이 옆에 앉은 소어를 향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사매와 사제의 성적이 좋아서 기쁜 게 아니고요? 하하.” “허허. 요 녀석아. 쉿! 조용히 좀 하거라.” “뭐 어때요? 맞는 말인데. 아무튼, 사매, 사제에게 백부님이 칭찬 많이 해주세요. 정말 열심히들 했으니까.” 그러자 주변에서 누가 들을까 싶어, 모용백은 전음을 선택하여 소어에게 말을 이었다.
[이게 다 네가 구해 준, 태양화리의 내단 덕분 아니겠느냐? 더구나, 화아에게 금강 천잠사로 만든 권갑까지 선물했으니. 고맙다, 소어야.] [섭섭한 말씀을. 저는 화아의 대사형 아닙니까? 당연히 그 정도는 해줘야죠. 하하하] 그렇게 두 사람이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간부 임명을 마친 하원상의 입에서 상상 못 한 발언이 흘러나왔다.

“이상. 간부 임명을 마치겠습니다. 하나, 강호 동도 여러분께 본인은 중차대한 발표를 하고자 하외다.” -웅성웅성.
무겁게 가라앉은 하원상의 음성에 중인들이 고갤 갸우뚱하던 그 순간.
“본인은 이제 맹주직을 사퇴하고자 하오. 사실, 진작 사퇴해야 했으나, 투신(鬪神)께서 작고하신 이후, 백도는 한때 혼란에 휩싸였소. 때문에, 그를 불식시키고자 무리하게 연임해 왔던 거외다.” “…….”
부지불식간에 장내에 고요한 적막이 감돈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 놀라운 경탄을 터뜨려냈다.

“뭐야… 진짜야?” “그… 그럼 차기 맹주를 뽑는 건가?!” 생도들은 물론, 명숙들의 면면에도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지만 하원상은 개의치 않았는지 평온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덧붙였다.
“차기 맹주 선출에 관한 것은 추후 다시 통보하겠소. 그간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주신 선, 후배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하원상의 말이 자아낸 파문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한 한편으로는, 누가 과연 새로운 맹주가 될 것인지, 그렇다면 혹, 자신의 문파에서 맹주가 선출되진 않을지에 관한 의문과 기대가 얽히고설켜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그러나.
재차 흘러나온 하원상의 말에 중인들의 의식이 점멸하였다.
“오늘의 생도 졸업식과 간부 임명식을 축하하기 위해 하남에서 귀인이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 명실공히 현 백도에서 가장 어르신이며, 무공 또한 종남의 용각선생과 함께 최강으로 알려진, 소림사의 공승대사께서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다. 동도들께선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길 바라오.” ‘아……! 역시 공승대사가 그냥 발걸음할 리가 없지.’ ‘맹주의 초대에 의해 온 거구나.’ ‘백도 최강자의 참석이라니!’ 그런 생각이 들자, 중인들은 흥분한 얼굴로 일제히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공승대사다!”

“와아아아!”
“안광만 보더라도 무공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동시에 열화와 같은 함성과 공승대사를 향한 추앙이 쏟아졌다.
마찬가지로 다른 명숙들처럼 귀빈석에 앉아 있던 공승대사가 하원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어나 단상 위로 저벅, 올라갔다.
눈가의 깊은 주름 사이로 형형하다 못해, 심장이 떨릴 만큼 기이하고도 강렬한 안광(眼光)이 흘러나온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그 석좌에 우뚝 올라서 있는 소림의 대선배를 보며 중인들은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빈승이 강호의 후배들 앞에 서게 되어 참으로 부끄럽소이다. 아미타불…….” 나직하게 읊조리는 공승대사의 불호가 모든 이의 귀와 머리와 가슴에 깊숙이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대단한 내력이다.’ ‘사자후를 이런 식으로 갈무리하여 전송할 수 있단 말인가!’ 로투스바카라 ‘내공의 깊이는 측정할 수 없다. 종남의 용각선생이라 해도, 공승대사의 내공은 따를 수 없을 거야.’ “우선 다시 한번 무사히 학관을 졸업한 생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새로 임명된 간부들의 건승 역시, 기원하는 바입니다. 또한.” 공승대사의 말이 이어졌다.
“지난 몇 년간, 두문불출하다시피 했던 본 소림 역시, 앞으로는 활발하게 강호에서 활동할 것을 약속드리며 금일 동도 여러분 앞에 한 사람을 소개하고자 하오.” 그러자, 장내가 또다시 술렁였다.


그때.

“광원아. 나오너라.” 공승대사의 호명에, 시립 해있던 광원대사가 저벅, 단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저 사람이군.’ ‘진 교관과 비무를 하기로 했다던…?’ ‘설마 했는데 진짜 저렇게 젊다고?’ 광원대사.
확실히 그의 모습은 일견하기에도 범상치 않았다.
금강불괴가 현신한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딱 벌어진 어깨와 균형 잡힌 근육질의 몸매는 차치하고서라도, 휘광이 흐르는 눈빛과 악다물어진 입술엔 천년 소림의 기상이 묻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소림의 광원이라 합니다. 법명대로 본 소림의 방장 스님과 같은 항렬이며 여기 계신 공승대사. 즉, 제 사부님께 무공을 사사 받았습니다. 아무쪼록 처음으로 강호에 출도하였으니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드립니다. 아미타불…….” ‘내력 무엇?’
‘저렇게 조곤조곤 말하는데, 귓가에 이처럼 생생히 때려 박힌다고?’ ‘미쳤어… 저건 숫제, 괴물이잖아?’ 생도들은 광원의 음성에 깔린 중후한 내력에 기함을 토하며 질투의 눈초리를 나타냈다.
하나 그도 잠시뿐.
이어지는 그의 한 마디는 그런 상념들을 깡그리 지워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감히 빈승은 강호의 출사표를 비무 신청으로 내던지려 합니다.” “…….”
“소림 ‘공’자 배, 공승대사의 수제자 광원은 모용세가의 대제자, 진소어 소협께 비무를 신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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